2006년 09월 15일
시간이 멈춰 선 마을, 안동 하회마을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하던 이번 7월 무렵, 장마전선이 잠시 북쪽으로 올라왔을 때 금요일 저녁, 용감하게 안동행을 감행했다.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한다면 사람들과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던가.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한달음에 안동까지 도착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찾아들어 간 하회마을은 무서울만큼 인적 하나 없이 조용했다. 계획없이 들이 댄 여행인지라 근처 숙소를 예약했을 리 만무하고, 어쩐다 고민하다 잠 자고 있는 아이를 들쳐 업고 무작정 하회마을 안으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민박을 찾아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찾아보지 않았으니 알 턱이 없다. 하회마을을 여행할 때는 하회마을 안에 있는 한옥집 민박에서 구들장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간 밤에 내린 비로 성황당에 걸어 두었던 사람들의 수 많은 소원들도 함께 씻겨 나가 좀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소원이야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이니 비가 소원을 적어 둔 종이를 좀 쓸어간다고 한들 뭐 어떠하겠는가.

아들도 성황당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종이에 작은 바램을 적는다. "앞으로도 여기 온다. 엄마 아빠 사랑 X 100,200,300"




할 수 없이 안동 시내로 다시 나와 늦은 저녁(안동 한우, 안동은 한우로 유명하다.)을 먹고 시내 모텔에 숙소를 잡았다. 하회마을 초입 근처에도 모텔이 하나 있긴 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마을에서 가깝기는 했지만 자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안동 시내에서 가족 단위로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모텔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대부분 러브호텔 분위기가 흠씬 나는 것들이어서 좀 실망. 연인들끼리 간다면 뭐 그것도 좋은 장점일 수 있겠다. 모텔 내부는 초고속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에 PDP TV에 오디오에 월풀까지 정말 대단한 수준. ^^;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기가 무섭게 하회마을로 출발.
간 밤에 어둠을 헤치며 조심 조심 가던 그 길은 아침 햇살에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변해있었고, 우리는 창문을 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내달렸다.
하회마을로 가는 길가에 안동시의 '안동선비' 캐릭터가 방긋 맞아준다.

하회마을에 도착해 보니 이른 아침이라 주차 관리인도 없어서 무임 주차. 날씨 탓에 우리처럼 용감하게 여행을 온 관광객도 없는 하회마을은 한적함 그 자체.
하회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다양한 표정의 장승들이 우리를 반긴다. 하회탈로 유명한 마을답게 장승들의 얼굴도 탈을 닮아 있다. 얼쑤~

하회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고즈넉한 연못이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연못, 아직 연꽃 철이 아니어서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아마도 이 연못은 9월이 되면 연꽃들의 화사한 연회장으로 변해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오래동안 잡아둘 지도 모르겠다.

간 밤에 내린 비로 성황당에 걸어 두었던 사람들의 수 많은 소원들도 함께 씻겨 나가 좀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소원이야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이니 비가 소원을 적어 둔 종이를 좀 쓸어간다고 한들 뭐 어떠하겠는가.

아들도 성황당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종이에 작은 바램을 적는다. "앞으로도 여기 온다. 엄마 아빠 사랑 X 100,200,300"

하회마을 골목 골목으로 자연스러운 흑담길들이 인상적이다. 이 길은 성황당으로 가는 골목길.


남촌댁, 북촌댁처럼 대대한 양반집들보다 오히려 소박해 보이는 민가들이 한결 마음에 와서 닿는다.


북촌댁에서 본 가마. 옛날 이 집에 어느 규수가 이 가마를 타고 안동까지 시집을 왔을텐데...그녀는 이 집에서 행복했을까? 아니면 저 가마를 보며 다시 친정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을까. 항상 사람의 체취가 묻어있는 것들은 묘한 상상을 일으키기 마련인가 보다.

하회마을에서 접한 양반집들은 안동의 양반집안들이 얼마나 쟁쟁했는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 처마를 장식한 기와하며 높이 솟아있는 멋드러진 굴뚝하며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보지 못했던 호사스러움이다. 특히 저 대단한 굴뚝은 높이도 높이려니와 기와로 장식을 해 두고 멋드러지게 지붕까지 씌워 놓은 자태가 궁궐이나 가야 볼만한 수준의 것이다.



명색이 하회마을인지라 '하회탈'들도 아쉬운대로 한 컷.

안동 하회마을에서 먹은 안동 간고등어 백반. 간고등어는 제법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입맛을 고려했는지 아니면 세월이 흘러 예전처럼 짜게 간을 하지 않아도 저장이 용이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짭짭하게 적당한 간으로 맞춰져 있었다. 함께 나온 상추는 식당 앞 텃밭에서 바로 따온 것이어서 고등어와 함게 싸 먹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김치나 나물, 된장찌개같은 것들은 거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 경상도 지방을 여행할 때 늘 수반되는 괴로움이다.

강을 따라 곧게 뻗어 있는 방둑길을 따라 마을 어귀까지 걸어가는 것도 꽤 운치있다. 길 옆을 내려가면 바로 강이 보이고 고운 백사장을 만날 수 있다. 큰 비가 내린 터라 아쉽게도 부용대가 있는 건너편으로 넘겨다 주는 작은 배는 운행하지 않았다. 사공이 직접 사람들을 태우고 긴 막대기로 강바닥을 찍어서 넘어가는 배라 물이 많아지면 운행할 수가 없단다. 할 수 없이 마을을 빠져나와 차를 타고 부용대로 이동.

부용대까지 올라가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은 왜 그 이름이 河回(강이 돌아가는)인지 깨닫게 해 준다. 나이 드신 영국 여왕도 올라와서 하회마을을 내려다 봤다는 '부용대'는 하회마을을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다. 가면 절벽이 꽤 가파르고 별다른 안전시설이 없기 대문에 아이들과 함께 가면 잘 살펴야만 한다.


(잠깐) 간략 정보
홈페이지 : http://www.hahoe.or.kr/
하회별신굿 : 5월~10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3시부터 (무료공연)
3,4,11월은 일요일 3시부터 (무료공연)
이번 하회여행은 계획없이 무작정 떠났던 거라 여러가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근에 유홍준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3>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 안동과 하회마을의 답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있어 정보를 꽤 얻을 수 있었다. 일단 하회에 가면 하회마을에서 민박을 하라는 것. 추울때는 뜨뜻한 구들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마루를 경험할 수 있단다. 탈춤공연도 못보아 아쉬운 것중 하나이다. 또 안동시내에도 볼만한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유홍준선생이 추천한 곳은 안동댐수몰지구에서 해체해 옮겨온 민가, 한옥, 종택등이 모여있는 민속촌으로 안동시내에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안동의 건진국시나 헛제사밥과 같은 전통음식을 판매한다고 하니, 혹 가실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안동댐의 풍경이나 가보지 못한 병산서원도 다시 안동에 가게 되면 갈 생각이다.
흔히 하회마을만 보고 부용대를 안보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부용대를 즐기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날씨가 좋은 가을날에 배를 타고 건너가면 운치가 넘치고, 아니면 건너편의 국도를 이용해서 차로 가셔도 무방하지만. 부용대에 가보아야 왜 하회가 물돌이마을인지, 이 마을에 왜 양반들이 자리를 잡았겠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부용대아래에 있는 연화정사(?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의 정자풍경도 훌륭하다고 하는데, 여기는 아들을 설득하지 못해서 가보질 못했다.
하회는 그냥 느끼기만 해도 되는 공간이다. 수많은 민속촌이 있지만. 조선시대 양반촌으로 특화된 곳이기때문에, 전혀 다른 정신적 분위기? 혹은 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퇴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래서 유홍준교수는 늦가을과 하회가 어울린다고 했다. 가을에 가면 또 보너스가 있는데, 하회마을에 주인의 관심을 받지 않는 감나무들이 또 많이 있다. 발갛게 익은 홍시들도 많이 볼 수 있다.(10년전에는 그냥 막 따먹으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10년전 얘기는 너무 실례인가?^^)
여튼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가야지 맘먹게 되는 안동과 하회마을.
# by | 2006/09/15 00:40 | 여행 & 체험학습 | 트랙백 | 덧글(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