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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stel | 2009/03/23 06:20

시간이 멈춰 선 마을, 안동 하회마을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하던 이번 7월 무렵, 장마전선이 잠시 북쪽으로 올라왔을 때 금요일 저녁, 용감하게 안동행을 감행했다.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한다면 사람들과 반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던가.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한달음에 안동까지 도착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찾아들어 간 하회마을은 무서울만큼 인적 하나 없이 조용했다. 계획없이 들이 댄 여행인지라 근처 숙소를 예약했을 리 만무하고, 어쩐다 고민하다 잠 자고 있는 아이를 들쳐 업고 무작정 하회마을 안으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민박을 찾아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찾아보지 않았으니 알 턱이 없다. 하회마을을 여행할 때는 하회마을 안에 있는 한옥집 민박에서 구들장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할 수 없이 안동 시내로 다시 나와 늦은 저녁(안동 한우, 안동은 한우로 유명하다.)을 먹고 시내 모텔에 숙소를 잡았다. 하회마을 초입 근처에도 모텔이 하나 있긴 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마을에서 가깝기는 했지만 자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안동 시내에서 가족 단위로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모텔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대부분 러브호텔 분위기가 흠씬 나는 것들이어서 좀 실망. 연인들끼리 간다면 뭐 그것도 좋은 장점일 수 있겠다. 모텔 내부는 초고속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에 PDP TV에 오디오에 월풀까지 정말 대단한 수준. ^^;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기가 무섭게 하회마을로 출발.
간 밤에 어둠을 헤치며 조심 조심 가던 그 길은 아침 햇살에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변해있었고, 우리는 창문을 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내달렸다.
하회마을로 가는 길가에 안동시의 '안동선비' 캐릭터가 방긋 맞아준다.
하회마을에 도착해 보니 이른 아침이라 주차 관리인도 없어서 무임 주차. 날씨 탓에 우리처럼 용감하게 여행을 온 관광객도 없는 하회마을은 한적함 그 자체.
하회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다양한 표정의 장승들이 우리를 반긴다. 하회탈로 유명한 마을답게 장승들의 얼굴도 탈을 닮아 있다. 얼쑤~

하회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고즈넉한 연못이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연못, 아직 연꽃 철이 아니어서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아마도 이 연못은 9월이 되면 연꽃들의 화사한 연회장으로 변해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오래동안 잡아둘 지도 모르겠다.

간 밤에 내린 비로 성황당에 걸어 두었던 사람들의 수 많은 소원들도 함께 씻겨 나가 좀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소원이야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이니 비가 소원을 적어 둔 종이를 좀 쓸어간다고 한들 뭐 어떠하겠는가.


아들도 성황당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종이에 작은 바램을 적는다. "앞으로도 여기 온다. 엄마 아빠 사랑 X 100,200,300"

하회마을 골목 골목으로 자연스러운 흑담길들이 인상적이다. 이 길은 성황당으로 가는 골목길.


남촌댁, 북촌댁처럼 대대한 양반집들보다 오히려 소박해 보이는 민가들이 한결 마음에 와서 닿는다.
북촌댁에서 본 가마. 옛날 이 집에 어느 규수가 이 가마를 타고 안동까지 시집을 왔을텐데...그녀는 이 집에서 행복했을까? 아니면 저 가마를 보며 다시 친정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을까. 항상 사람의 체취가 묻어있는 것들은 묘한 상상을 일으키기 마련인가 보다.
하회마을에서 접한 양반집들은 안동의 양반집안들이 얼마나 쟁쟁했는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 처마를 장식한 기와하며 높이 솟아있는 멋드러진 굴뚝하며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보지 못했던 호사스러움이다. 특히 저 대단한 굴뚝은 높이도 높이려니와 기와로 장식을 해 두고 멋드러지게 지붕까지 씌워 놓은 자태가 궁궐이나 가야 볼만한 수준의 것이다.



명색이 하회마을인지라 '하회탈'들도 아쉬운대로 한 컷.

안동 하회마을에서 먹은 안동 간고등어 백반. 간고등어는 제법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입맛을 고려했는지 아니면 세월이 흘러 예전처럼 짜게 간을 하지 않아도 저장이 용이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짭짭하게 적당한 간으로 맞춰져 있었다. 함께 나온 상추는 식당 앞 텃밭에서 바로 따온 것이어서 고등어와 함게 싸 먹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김치나 나물, 된장찌개같은 것들은 거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 경상도 지방을 여행할 때 늘 수반되는 괴로움이다.

강을 따라 곧게 뻗어 있는 방둑길을 따라 마을 어귀까지 걸어가는 것도 꽤 운치있다. 길 옆을 내려가면 바로 강이 보이고 고운 백사장을 만날 수 있다. 큰 비가 내린 터라 아쉽게도 부용대가 있는 건너편으로 넘겨다 주는 작은 배는 운행하지 않았다. 사공이 직접 사람들을 태우고 긴 막대기로 강바닥을 찍어서 넘어가는 배라 물이 많아지면 운행할 수가 없단다. 할 수 없이 마을을 빠져나와 차를 타고 부용대로 이동.


부용대까지 올라가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은 왜 그 이름이 河回(강이 돌아가는)인지 깨닫게 해 준다. 나이 드신 영국 여왕도 올라와서 하회마을을 내려다 봤다는 '부용대'는 하회마을을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다. 가면 절벽이 꽤 가파르고 별다른 안전시설이 없기 대문에 아이들과 함께 가면 잘 살펴야만 한다.



(잠깐) 간략 정보
하회별신굿 : 5월~10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3시부터 (무료공연)
3,4,11월은 일요일 3시부터 (무료공연)
이번 하회여행은 계획없이 무작정 떠났던 거라 여러가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근에 유홍준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3>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 안동과 하회마을의 답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있어 정보를 꽤 얻을 수 있었다. 일단 하회에 가면 하회마을에서 민박을 하라는 것. 추울때는 뜨뜻한 구들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마루를 경험할 수 있단다. 탈춤공연도 못보아 아쉬운 것중 하나이다. 또 안동시내에도 볼만한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유홍준선생이 추천한 곳은 안동댐수몰지구에서 해체해 옮겨온 민가, 한옥, 종택등이 모여있는 민속촌으로 안동시내에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안동의 건진국시나 헛제사밥과 같은 전통음식을 판매한다고 하니, 혹 가실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안동댐의 풍경이나 가보지 못한 병산서원도 다시 안동에 가게 되면 갈 생각이다.
흔히 하회마을만 보고 부용대를 안보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부용대를 즐기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날씨가 좋은 가을날에 배를 타고 건너가면 운치가 넘치고, 아니면 건너편의 국도를 이용해서 차로 가셔도 무방하지만. 부용대에 가보아야 왜 하회가 물돌이마을인지, 이 마을에 왜 양반들이 자리를 잡았겠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부용대아래에 있는 연화정사(?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의 정자풍경도 훌륭하다고 하는데, 여기는 아들을 설득하지 못해서 가보질 못했다.
하회는 그냥 느끼기만 해도 되는 공간이다. 수많은 민속촌이 있지만. 조선시대 양반촌으로 특화된 곳이기때문에, 전혀 다른 정신적 분위기? 혹은 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퇴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래서 유홍준교수는 늦가을과 하회가 어울린다고 했다. 가을에 가면 또 보너스가 있는데, 하회마을에 주인의 관심을 받지 않는 감나무들이 또 많이 있다. 발갛게 익은 홍시들도 많이 볼 수 있다.(10년전에는 그냥 막 따먹으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10년전 얘기는 너무 실례인가?^^)
여튼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가야지 맘먹게 되는 안동과 하회마을.

by hestel | 2006/09/15 00:40 | 여행 & 체험학습 | 트랙백 | 덧글(1)

철도박물관 - 기차, 아이에게는 호기심을 어른에게는 추억을

날씨 화창한 일요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도착한 철도박물관. 처음 생각한 것과는 달리 철도박물관은 아이들을 앞 세운 부부들과 출사 나온 것으로 보이는 사진동호회 사람들로 제법 붐비고 있었다. 박물관 외부에는 옛날 기관차와 수명을 다한 객실 칸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고, 아이들은 기차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기차 주변을 뛰어 다니느라 정신을 놓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쫓아 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빠 보였다. 그 유명한 기념사진 모드.
역시 외부에 전시되어 있는 기차들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파시형 증기기관차. 그 거대한 덩치와 블랙 컬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용은 정말 대단해서, 그 바퀴 옆에 서면 마치 소인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철도박물관 내부에 들어가면 1층 정중앙에 전시되어 있는 것도 바로 파시형 증기기관차. '파시형 증기기관차'는 이처럼 철도박물관의 주인공처럼 전시되어 있는 이유는 두가지 이유가 아닐까. 하나는 대중성으로 1922년부터 여객용 열차로 널리 이용되어 온 기관차라는 점, 둘째는 미국에서 수입해 오던 파시형을 개량해서 한국형으로 만든 기관차라는 데 의미를 둔 것 같다.
철도박물관에는 야외에 교차하는 철길을 전시해 둬서, 그 위로 어른 아이할 것 없이 한번씩은 뒤뚱뒤뚱 중심을 잡으며 걸어본다. 어른들은 예전 기찻길을 걷던 추억을 되살리며,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각자 세대에 따라 다른 감흥으로 걷는다. 예외 없이 나도 걸었다.
철도박물관 한 켠에는 열차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관광열차'라는대단한 이름까지 붙인 기차를 운행한다. 정문에서 입장권과 함께 승차권을 판매하고 있어서 당연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줄까지 서서 열차에 올라탔다. 기대인 즉슨 철도박물관을 한바퀴 돌겠지....정도의 바램. 하지만 기차가 거친 기계소음을 내며 출발한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허무하게 기차관광(?)은 끝났다. 시간에 맞춰 줄까지 선 노력이 무색할만큼 볼품없는 체험. 굳이 아쉬움을 달래보자면, 조금 용기를 내 보면 조종실이 있는 기관실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랄까. 기관사 아저씨가 한 가족을 조용히 데려가길래 호기심에 따라가 보니 그 짧은 시간에 한 가족을 기관사 옆 좌석을 마련해 준 것. 선택받은 그 가족은 일종의 복권 당첨이 된 셈이다. 철도박물관에 가서 기차를 타게 되면 기차 왼쪽에 타서 부름을 기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행운을 빕니다)
철도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중앙 벽면이 눈에 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아이를 세워 두고 사진 한장 찍기에 딱 좋다.
그러고 보면 건물도 제법 신경을 쓴 흔적이 군데 군데 보인다. 1층 중앙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멋진 지붕구조물과 함께 지구 모양과 그 위에 둘러 쳐진 레일을 달리는 기차 모양이 흥미롭다. 추억의 은하철도 999같은 느낌도 언뜻 든다.
열차운행 체험실은 철도박물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 중 하나. 기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역을 출발해서 철교를 지나고 터널을 지나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화면 플레이 속도 조절을 통해 실제 속도를 올리고 내리고 하는 느낌을 살렸다. 아이들은 1~2분 정도의 좀 짧긴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어 보이는 운전체험을 위해 15분 이상의 줄을 서야만 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는 기꺼이 기다림도 참아내는 놀라운 선택적 인내심을 보이곤 한다.

대한민국 철도의 역사는 사실 우리나라의 가장 치욕스러운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철도가 발전하기 시작한 배경은 일제의 '한국 수탈 전략'에 있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과거의 기차역사들은 일본에도 영향을 많이 준 바 있는 유럽의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다. (아래는 과거 부산역사 사진) 서울역도 대표적인 사례. 1945년 광복 직전의 철도망은 전국의 곳곳을 다 연결해 놓은 상태. 지금의 주요 철도망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다. 철도의 역사는 한편으로 수탈의 역사라고 할 수 밖에 없을 듯.
박물관에서 본 1900년 한강철교의 공사 사진으로는 도저히 지금의 한강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박물관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철도 노동요.
철도박물관의 최고의 체험은 바로 모형열차 파노라마관. 서울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차들의 모형을 실제로 철길을 달리게 조작하면서 각 기차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형 철도 파노라마라고 하는데 꽤 멋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두워지면서 건물들에는 불이 켜지고 열차들도 빛을 낸다.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 그리고 다시 날이 밝아 아침이 되면 모든 종류의 기차들이 다시 서울역에 도착하면서 시뮬레이션이 끝난다. 시간에 맞춰 앞 쪽에 줄을 서야 정중앙의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꼭 명심! 측면에서 보면 감흥이 절반으로 준다)




철도박물관을 구경하느라 배가 출출해지면, 박물관 정문 옆에 있는 매점에서 김밥이나 삶은 달걀(!),컵라면을 사들고 그 옆에 위치한 기차식당으로 들고 가서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먹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창 밖으로는 바로 실제 기찻길이 있어 수시로 지나가는 다양한 기차들을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잠깐) 철도박물관 간략 정보
개관 : 1988년 1월26
위치 : 의왕시
전화번호 : 031-461-3610
철도 박물관 약도


by hestel | 2006/09/14 22:30 | 여행 & 체험학습 | 트랙백 | 덧글(1)

수원의 재발견 - 너무나도 아름다운 수원 화성

지도박물관에서 나와 수원 화성 쪽으로 방향을 잡고 출발해서 처음 만난 건 팔달문 도심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팔달문은 서울에 있는 남대문같은 느낌이었다. 이걸 보려고 수원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드는 순간이었다.
팔달문을 지나 주차장을 찾아 창룡문 쪽에 도착했을 때에서야 비로소 성곽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할까. 얼마전에 남한산성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 온 나로서는 어느 정도의 성곽터 정도로는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기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수원 화성 투어 기차를 예약해 두고 창룡문까지의 성곽길을 걸어갔다 오기로 하고 출발. 첫번째 망루에서 한 컷. 날씨가 좋아서인지 사진기만 던져도 사진이 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이럴 때마다 DSLR에 대한 지름신이 코 앞까지 다가와서 유혹하곤 한다. 디카의 한계 OTL..)
1794년부터 1796년까지 2년 9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수원 화성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건물들이 제법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아래 건물은 공심돈이라는 망루의 일종으로 벽돌로 둥그렇게 쌓아 올린 모양이 특이하게 생겼다.
창룡문 근처까지 도달해서 맞은 편을 보니 '수원 시티 투어'를 온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중국 관광객들이었을까? 앞의 촌스러운 깃발을 든 사람이 없는 것으로 봐선 일본인들이 아닌 중국인이나 한국인들이리라. ^^;
창룡문. 팔달문에 못지않게 제법 웅장하다. 하지만 곳곳에 후세에 보수한 흔적이 많아 예전의 자연미가 많이 손상되어 보이는 것이 아쉬운 대목. 하지만 창룡문의 단청과 기와지붕이 만들어내는 멋진 곡선이 푸른 하늘이 유난히 잘 어울어져 그런 아쉬움을 넘어서서 작은 우림으로 다가 온다. 멋지다!
화성성곽은 정말 아름답다 돌을 어찌 이렇게 깎고 쌓았는지,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지만, 그래서 더욱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여기서 퀴즈! 사진 속에서 튀는 돌 2개를 찾아보시라. 나머지는 자연스럽기도 하고, 세월의 흔적과 함께 인간미가 흠씬 느껴지지만 두 개의 돌이 다소 흥을 깬다. 분명한 건 때때로 100층을 훌쩍 넘는 건물을 올려대는 놀라운 현대 건축 기술로도 범접하기 어려운 옛 선인들의 손끝을 느끼곤 한다. 정답 - 마우스로 긁어보세요 (맨 위 가운데 돌, 네번째 줄 맨 왼쪽 돌)


창룡문에 올라 바라 본 성 바깥 쪽의 모습. 성곽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 조명들은 밤 풍경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 준다. 아쉽게도 일요일이라 밤 풍경을 보고 오지 못해서 다음 번 여행은 꼭 밤 산책을 해 보는 것으로 구상을 해 본다.
화성열차를 타러 가야 한다는 아들의 재촉에 서둘러 돌아 온 뒤, 시간이 남아 옆의 국궁체험장을 구경했다. 체험에는 인당 1천원. 5발씩 준다. 처음에는 거의 대부분 표적을 맞추지 못하지만 3~4발쯤 가고, 선생님들이 옆에서 지도해 주면 한 두 명씩 경쟁적으로 표적위의 멧돼지 면상을 맞추기 시작한다. 역시 한국인들은 궁의 명수다. 중국인들도 우리 민족을 東夷라고 하지 않았는가?
시티투어의 인기 있는 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같다. 꼭 쏴 보시길.
그 와중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여쁜 처자의 활품새가 멋져 기념으로 한 컷.
자자 구경하는 동안 드디어 화성 열차 도착. 앞 쪽의 용두가 인상적이다. 놀이동산의 허망한 기차들처럼 생겼지만, 이 기차는 무려 30여분을 실제 수원의 도로를 이용하여 수원 화성의 외곽을 따라 한바퀴를 크게 돈다. 최고의 체험거리다.
화성열차를 타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창룡문 근처에서 상상했던 초라한 수원 화성에 대한 편견은 여지없이 깨졌다. 외곽을 돌면서 본 화성의 모습은 웅장하면서도 위압적이기보다는 평온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성의 모습이었다. 성곽 주변의 잔디밭 곳곳에는 수원 시민들로 보이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평화로운 오후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일산에 호수공원의 모습처럼. 전쟁의 풍파를 겪지 않아서 였는지 성곽은 전체적으로 온전해 보였다. 전쟁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서였을까 정말 평온한 유렵의 어느 조용한 성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화성열차의 종점인 팔달산에 내리면 화성행궁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주의할 점은 화성열차는 편도다. 창룡문-> 팔달산, 팔달산->창룡문으로 각각 따로 표를 사야 한다. 아마도 왕복을 이용하는 사람보다는 편도만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이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수원 화성에는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창룡문 근처와 화성행궁 두 곳이다. 어느 한 쪽을 택해서 주차하고 구경을 한 후 열차로 움직이면 된다.
화성행궁은 경복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담하고 구석구석을 보는 잔재미가 느껴지는 궁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건물들과 시설들이 최근에 지어졌거나 완전히 다시 지어져 별로 세월의 흔적같은 건 느끼기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고, 안온한 느낌의 궁이다. 이 역시 한이 많이 서려 있는 경복궁보다야 당연히 평화롭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듯. 한이 서린 궁녀들도, 투기의 화신이 된 수많은 후궁들과 피와 비명들이 없는 비상 시의 행궁 아닌가? 화성행궁 안에 '노래당'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이는 정조가 왕의 자리에서 물러난 후 노후생활을 즐기기 위해 만들었다는 건물이다. 아쉽게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암살당하고 말았으니...참.
아래는 수원화성을 설계한 정약용 선생이 화성의 축성을 위해 고안한 기중기다. 이런 실학파들의 공로로 불과 2년여 만에 저 거대한 성을 완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정조가 직위 이후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수원으로 매년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행차했던 수원이다. 화성행궁에도 뒤주가 있어서 뒤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뒀다. 뒤주 안에 들어가 있는 울 아들. 무서운 이야기가 서려있는 뒤주련만 아들이 들어가서 빼꼼히 얼굴을 살짝 들고 있는 모습이 쌀을 훔쳐먹다 들킨 다람쥐같아 귀엽다.


궁 안에서는 한과 체험, 한지탁본 체험, 오미자차 체험, 도자기 만들기 체험, 궁중의상 입어보기 등의 다양한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 체험장은 주말과 공휴일에만 하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하니 아이들과 함께 갈 때는 이 시간을 놓치지 말 것. 아무래도 여유롭게 하려면 화성행궁을 먼저 보고난 후 화성 성곽 구경을 나서는 편이 좋다. 아래는 한과 체험이다. 이런 체험들은 각각 엽전 한닢이나 두닢 정도면 할 수 있는데 옆전 한닢에 천원씩이다. 한과 체험은 옆전 한닢에 한과는 3알. 맛은 별로인데도 아들은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에 흠뻑 빠져서 너무 즐겁게 먹었다. 추천!


행궁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주요 건물마다 건물의 특성에 맞게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천원을 주면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인쇄된 안내종이를 파는데 나중에 다 찍어서 가면 코팅까지 해 주는 모양이다. 우리는 그걸 몰랐지만 다행히도 작은 스케치북을 들고 가서 별 문제없이 찍어왔다. ^^
건물들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아이들에게는 궁 안의 숨은 보물을 찾는 게임같은 것이라 아주 재미있게 궁의 곳곳을 탐험할 수 있도록 배려해 둔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참 돋보인다.


아래의 그림은 정조의 을묘원행 그림 동판이다. 을묘원행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년회를 열기 위해 수원으로 행차한 것을 말한다. 이 그림은 노량진에 36척의 배를 띄워 다리를 놓은 것을 묘사한 것으로 을묘원행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보여준다. 행궁 뒷편으로 돌아가 보면 벽면에 붙어 있다.
화성에는 아름다운 수문이 하나 있다. 이 사진은 수문에서 흘러 내려오는 수원천을 찍은 풍경이다. 수원천은 천을 따라 양 옆으로 수려한 버드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이 풍경을 보고 정조가 '버드나무를 닮은 성을 만들라'고 했다고 한다. 수원천은 자연하천으로 성공적으로 정비된 최초의 하천으로 청계천 복원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나에게 수원은 그리 의미있는 곳은 아니었다. 학창시절에 한두번 온적은 있었는데, 서울대 농대근처였고, 그곳의 호수가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수원역에도 가보았는데 마치 영등포같은 느낌만 남아있다. 그 이후엔, 삼성의 공장이 있는 수원..정도의 의미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수원에 대한 인상이 아주 달라졌다. 화성과, 화성성곽주변의 잔디밭의 평화로운 사람들, 팔달산의 안온한 정기.. 머 이런 것들이 이제 나의 수원에 대한 인상이 되리라. 우리는 다시 수원에 가기로 했다. 다시 갔을때는 낮에 천천히 수원성곽주변을 드라이브하고, 밤의 풍경도 보리라 생각해둔다. 수원은 멋진 곳이다. 그렇게 되었다.

by hestel | 2006/09/13 00:43 | 여행 & 체험학습 | 트랙백 | 덧글(1)

수원의 재발견 - 알찬 지도박물관

지난주 일요일 점심 도시락을 싸서 들고 수원으로 날랐다. 행선지는 수원에 있는 지도박물관과 수원 화성. 이번 여행은 그렇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기에 점심녁이나 느즈막하게 출발했던 터였다.
하지만 왠걸 수원의 지도박물관은 기대 이상으로 알차고 멋진 박물관이었다. 몇 곳의 박물관들을 가보고 있지만, 유료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도 초라한 박물관들과는 달리 지도박물관은 정말 지도에 관한 귀한 자료들과 각종 체험 장치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도 모두 무료!!! 그리고 반갑게 맞아주던 지도박물관 분들의 친절함까지 얹어져서 정말 감동적이었다.
지도박물관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정보원 안에 들어가 넉넉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아마도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인 듯. 하긴 박물관에 방명록까지 써 달라고 했던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 아래 사진처럼 100미터쯤 걸어올라가면 박물관 건물이 나온다.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길 좌측 계단으로 올라가면 한국 지도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동상이 위치하고 있다. 동상의 좌우에는 한국의 산을 상징하는 조각이 있고, 앞 쪽의 계단은 등고선을 본따 만들어 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점점 문화적으로 풍부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건물에 들어서면 커다란 지구의가 우리를 맞이한다. 전체적으로 깨끗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이다.


박물관 바닥에는 김정호 선생님의 대동여지도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영화 빅에서 봤던 바닥 피아노를 연상시키는. 1870년대에 완성되었다는 대동여지도는 지금봐도 놀라울 만큼 정교했다. 지금에야 인공위성과 각종 첨단 측량장비들이 동원할 수 있겠지만, 그 옛날 어떻게 발과 손으로 이런 지도를 수십년에 걸쳐 만들었다라는 게 정말 경이롭기까지 하다. (참고로 아이와 함께 가는 경우는 여기서 가위 바위보로 각각 남과북의 끝 지점에서부터 서울까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도 좋을 듯...실제로 꽤 재미있다.^^)
대동여지도 이전의 지도들을 보면 각 주요 지역별로 그려 둔 것이 있는데, 지도라기 보다는 한 폭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다 인간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는 지도를 직접 꺼내볼 수 있도록 서랍식으로 전시해 둔 것. 칸칸이 열어볼 때마 호기심을 자극하며 재미를 배가시키는 데가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 아이들은 거의 눈을 떼지 못한다. (단점이라면 지도의 내용보다는 서랍 놀이에 더 관심이 집중되는 부작용은 있다. 하지만 뭐 그것도 뭐 나쁜 건 아니니까)
아래는 내비게이션 체험 장치. 아쉬웠던 건 역시 핸들이나 각종 조작장치들과는 무관하게 동작한다는 것. 하지만 여러 지역을 지나가고 있는 느낌은 준다. (역시 무료, 사람도 별로 없어서 줄 설 필요도 없이 한참을 즐겼다. 철도박물관에 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여유로웠던 박물관)


이건 항공사진. 마치 비행기나 우주선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으로 상,하,좌,우로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체험장치로, 아들은 조작하는 재미가 없던 내비게이션 체험보다 이것을 훨씬 더 좋아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수원 등 주요 도시들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아들은 모든 도시를 섭렵하면서 도시마다 주요 시설들을 직접 다 찾고야 말았다.) 이것도 무료!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실시한 초등학생 지도그리기 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으로, 아이들의 재미있는 상상력이 재미있다.
지구의나 지도를 모티브로 한 여러가지 다양한 상품들(오래된 것도 있고, 요즘 것도 있다)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물건. 지구의로 된 커피분쇄기. 언뜻 보기에도 제법 오래되어 보였다.
여러 공기관들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안에는 멋진 잔디 축구장과 족구장이 있었고, 나무 위에 걸려있는 유니폼들로 봐서는 내부에 멋진 축구동우회가 있는 것 같다. 역시 자신들의 삶이 행복해야 친절할 수 있는거 였을까. 이런 근무 환경이라면 정말 부러워할만 하다. ^^


(잠깐) 지도박물관에 대한 간략 설명
개관 : 2004년 11월 1일
전화 : 031)210-2667(박물관)
전시물 :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지도, 측량에 관한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전시해 두고 있다. 지도 발달과정, 측량기술 발달과정, 지도 제작과정, 체험장 등이 있다.
약도

by hestel | 2006/09/12 23:27 | 여행 & 체험학습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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